기술진보와 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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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보와 무역의 관계

무역이론과 기술

전통적 무역이론에서는, 기술과 무역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고려되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리카도의 무역 모형에서는 기술수준의 차이에 의해 비교우위가 발생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으나, 그 경우에도 기술수준과 무역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설명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근대 무역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헥셔-올린의 무역이론에서는, 양 국의 기술수준은 똑같다고 가정하고 요소부존도의 차이로서 무역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문제가 개입될 여지가 더욱 적다. 특히 요소부존의 이론에서 기술발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특정 요소의 생산성이 증가할 것인데, 이 경우 해당요소의 부존도의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기술진보가 있을 때 생산패턴의 변화에 대해서는 립진스키 정리로서 나타나고 있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라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중시되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첫째로, 실증분석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이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로 이론적 분석들을 하지만 최근 기술과 무역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이에는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1980년대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소위 새무역이론 (New Trade Theory)에서는 규모의 경제, 불완전경쟁시장, 전략적 무역정책 등의 개념이 중요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개념들은 주로 기술을 집약적으로 투입하여 생산하는 소위 하이테크분야에서 중요한 개념들이어서 기술문제가 중시되게 되었다. 둘째, 기술을 측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1970년대 말 이후에는 주로 R&D지출 등을 이용하여 기술에 대한 투자지표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무역과의 관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셋째로, 최근에는 소위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의 발 전에 힘입어 무역이론에서도 이를 이용한 설명이 나타나고 있다. 내생적 성장이론에서는 기술의 발달이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하나의 변수라기 보다는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내생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내생적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이나 무역의 패턴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기슬혁신과 무역의 방향

한편, 무역이론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정통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보호무역론자들의 주장에서는, 기술문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예컨대 해밀튼이나 리스트 등의 보호무역론에서는 기술혁신이 있을때의 무역방향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다음은 그러한 이론을 예를 들어 모형화한 내용이다.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국가를 생각해 보자. 두 국가는 포도주, 옷 등의 두 재화만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생산요소로서는 노동만 존재한다고 해보자. 여기까지는 기존의 리카도모형과 정확히 같은 구조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금이나 혹은 다른 형태의 자산(asset)이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각 경제에는 잉여노동력이 존재한다고 해보자. 이제, 양 국가간에 기술수준, 상대 가격, 소비패턴, 가격구조 등의 모든 것이 동일했는데, 프랑스에 기술진보가 발생하였다고 하자. 다만 이때의 기술진보는 양 산업에 똑같이 발생하여 양 산업의 제품의 상대가 변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발생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고전파나 신 고전파의 무역이론에서는 무역이 발생할 수 없다. 상대가격이 같기 때문에 비교우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으므로 제품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영국인들은 프랑스의 제품을 수입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금이나 다른 형태의 자산 이 프랑스로 유출되게 된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생산이 증가하므로 경제가 성장하고 영국의 제품은 판매되지 않으므로 경제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영국의 시장이 잠식됨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환율이 변동하여 영국의 화폐는 가치가 하락하고 프랑스의 화폐는 가치가 상승 하여 양국의 생산품의 가격이 같아질 때가 올 것이다. 이때까지는 무역 이 이루어진다. 만일 프랑스가 벌어 들인 자금으로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여 기술진보가 계속된다면, 그렇게 무역이 정지되는 때가 오지 않고 계속해서 프랑스가 영국의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 결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로에 의해서 조정이 될 것이다. 첫째는 영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 점, 둘째는 금 혹은 다른 자산이 프랑스로 유출된다는 점 등이다. 또한 그 결과 프랑스의 경제는 성장하고 영국의 경제는 쇠퇴하게 된다. 만일 이때 영국에서는 제3의 다른 산업이 존재한다면 영국은 이 산업에 특화를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술혁신이 무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F. List와 같은 보호무역론자들은 당시 유럽대륙의 상황에서 자유무역을 하면 이 예에서의 영국처럼 유럽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마치 당시의 인도와 같은 상태로 가게 될 것을 우려 하였다. 결국은 위의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는 기술의 혁신이 계속 발생하게 되고 다른 국가들은 후진국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이론은 기술 집중(technical polarization)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기술은 다른 국가에로 전파되며 이것이 무역패턴을 결정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는 기술확산(technical diffusion)이론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이론이 기술격차이론 (tech nology gap theory)이나 모방시차설(imitation gap theory) 혹은 제품수명 주기설(product life cycle theory) 등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기술이 이전되고 표준화되기 전까지는 무역에서 기술혁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Freeman의 연구에 의하면 플라스틱 산업의 경우 신기술이 개발되면 선두개발자는 10년에서 15년 정도는 기술의 우위를 이용하여 무역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한다.

 

기술혁신과 무역에 관한 실증분적

전통적인 이론은 무역이론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 사이의 기술 차이나 생산력 차이 등의 원천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 경제에서 보면, 국가간에는 소득이 균등화되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격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국가간의 소득 차이는 재화간의 상대가격 차이보다는 자본축적 및 기술수준의 차이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실증분석 연구들에서는, 상대 가격 차이보다 기술격차가 더 중요한 무역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기술수준이라는 요인이 국가간의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과 무역분야의 실증분석결과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R&D지출, 특허수, 기술혁신건수 등을 이용하여 과학 기술을 측정하는 것은 국가간의 기술혁신행위에 대한 좋은 측정치가 된다. 둘째, 기술혁신행위가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셋째, 수출은 기술 혁신행위, 노동생산성 차이 등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특히 수출의 변화를 보면 이는 노동생산성의 변화보다도 기술혁신행위의 변화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넷째, 1인당 소득의 국가간 차이, 1인당 소득변화율의 국가간 차이 등은 투자율의 차이 및 기술혁신의 차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술진보에 대한 기여

기술진보에 대한 측정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대리 변수로서 R&D 지출 혹은 특허 건수 등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이 방법들을 이용하여 실증분석을 해본 결과 기술진보는 특정 몇 개국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9세기 중반까지는 영국이 주도해 왔으며, 이후 2차대전까지는 여기에 미국과 독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는 미국의 역할이 압도적이다. 또한 1950년대 이후에는 일본도 이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한국 등 개도국은 1980년대 이후에 기여하고 있으나 그 정도는 미미한 편이다.

 

각국의 생산성과 무역비중

현대경제의 특징은 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화는 특정국들에 치우쳐 전개되어 왔다. 특히 역사적 자료를 통해서 보면 OECD국가들 내에서도 생산성 차이는 항상 크게 존재해 왔으며 2차대전 이후에야 약간씩 접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무역비중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산업혁명이 있을 때부터 19 세기까지는 무역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이후 1차대전부터 2차대전 사이에는 무역이 감소했다가 2차대전 이후 무역이 증가해 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조업 분야의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비중을 계산해보면, 영국의 비중은 20세기에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미국은 1950년대 까지는 상승하였으나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세기 전반에는 감소하다가 후반에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태리는 지지부진하다가 195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각 국가가 기술혁신에 기여하는 정도가, 생산성 차이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무역에서의 지위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영국이 기술혁신행위에 많은 기여를 할 때에는 세계 무역에서의 비중이 매우 컸지만 20세기 이후 비중이 상당히 작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을 전체적으로 요약해 보면, 기술혁신 행위는 생산성 차이를 가져오며 한 국가의 무역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무역은 각 국내에 서의 산업별 비교우위에 의해서도 결정되겠지만 해당국의 절대적인 생산성에 의해서도 중요한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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